CAW 2020: 전시는 무엇을 하는가

2020년 건축큐레이팅워크숍(CAW)은 ‘전시는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세번째 강좌를 진행합니다. 2010년대부터 한국 건축계에 스며들기 시작한 전시, 아카이브, 파빌리온, 젊은 건축가 등의 말은 이제 낯설지 않은 현상이 되었습니다. CAW의 일환으로 작년 9월 출간된 『건축, 전시, 큐레이팅』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 건축계의 좌표를 넓혀온 기획자와 연구자들이 위와 같은 말들을 직조해낸 첫 번째 결과물이었습니다. 이번 겨울강좌는 그 책에 텍스트로 담았던 담론들을 다시 현장의 언어로 돌려보는 자리입니다. ‘전시’라는 지금 시대의 가장 역동적인 무대를 건축의 이름으로 다시 비춰보고자 합니다.

 

한국 건축계에서 전시는 그간 별다른 생산적 가치를 갖지 못한 채 비평적 긴장감 없이 일시적인 이벤트로 소진돼왔습니다. 이는 외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글래스하우스의 디렉터였던 헨리 우르바흐(Henry Urbach)가 말한 것처럼 건축 전시는 건축계에서 ‘양반들의 취미생활(a gentleman’s sport or sideline)’ 같은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건물을 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새로운 건축 실천을 탐색할 수밖에 없는 지금, 건축 전시에 다른 태도로 임하는 건축가가 생기고, 건축 전시의 부산물이 순환하고 축적되는 현상과 의미를 연구하는 기획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건축 전시는 또 다른 형식의 건축 지식을 능동적으로 만들어내고, 여러 주체들이 연대하게 하며,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게 하는 자리로서 가치를 발하고 있습니다.

 

2020년 CAW 겨울강좌는 사례 발표, 제도적 제언,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명료한 언어로 이 지점들을 조명해보려 합니다. ‘전시하기’라는 행위를 여러 스케일과 방식으로 전용함으로써 ‘건축하기’를 실천하는 세 명(팀)의 건축가를 초대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신진 건축 큐레이터들과의 대담을 통해 전시로 건축하는 일에 대한 고민과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자리도 준비했습니다. 이 흥미로운 탐색의 여정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 글 정다영

 

프로그램

  • 2월 4일(화) 전시의 부산물은 어디로 가는가 /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 2월 8일(토) 전시로 건축하기 탐색 / 김그린(팩토리 콜렉티브), 정성규(TACT)
  • 2월 11일(화) 개념과 실천의 순환 이미지 / 정현(초타원형)
  • 2월 18일(화) 사물의 생산 지형도 / 전진홍, 최윤희(BARE)
  • 2월 25일(화) 태도가 형식이 될 때 / 이치훈, 강예린(SoA)

건축 큐레이팅 CAW 2020: 전시는 무엇을 하는가

  • 행사 유형: 유료, 오프라인
  • 행사 일시: 2020년 2월 4일 오후 7:30
  • 신청 시작: 2020년 1월 15일 오후 12:00
  • 신청 종료: 2020년 2월 4일 오후 12:00
  • 오프라인 정원: 40명 / 대기 정원: 20명

수업 개요

  • 일정: 2020년 2월 4~25일(5회) 화요일 오후 7:30~9:30 (*2회차: 토요일 오전 11:00)
  • 장소: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 (종로구 통의동)
  • 대상: 전시 기획에 관심있는 건축가, 건축/예술/문화 기획 실무자, 예비 기획자
  • 모집인원: 총 40인 (전체 회차 등록 20인, 회차별 등록 20인)
  • 참가비: 전체 회차 등록 8만원(20% 할인) / 회차별 등록 2만원/회
  • 전체 회차 등록: 구글폼 (1월 20일 월요일 오후 1시 오픈 예정)
  • 개별 회차 등록: 포럼 사이트 (각 회차 전주 화요일 오후 1시 오픈 예정)
  • 문의: kim@junglim.org (김상호)

 

수업 계획

전시의 부산물은 어디로 가는가 /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건축 전시는 어렵다. 만들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렵다. 무엇이 건축 전시를 그토록 어렵게 만들까? 그렇게 어려운 전시를 우리는 왜 만들며, 거기서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강의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제도적 관점에서 작품으로서의 온전한 가치를 얻지 못한 전시물을 전시로 올리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부산물의 가치다.

건축 전시는 건축가들만의 것도, 큐레이터들만의 것도 아니다. 전시를 만드는 사람, 그것을 보는 사람 모두에게 유의미한 전시를 꾸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전시가 생성, 소멸, 재순환하는 경로를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구, 협업, 아카이빙에 대한 의미와 연대의 가치를 전시가 파생하는 물질과 지식이 만들어내는 풍경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아가 건립 추진 중인  국립도시건축박물관 등 전문 기관에서의 작품 소장을 비롯해 전시와 아카이브를 가로지르는 미래의 건축 큐레이팅에 대해서도 고민해본다.

 

(라운드테이블) 전시로 건축하기 탐색 / 김그린(팩토리 콜렉티브), 정성규(TACT)

건축 큐레이터를 진로로 선택한 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건축 전시가 저변을 넓혀나가는 시작점을 목격하며 전시 만들기에 참여한다. 건축 전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져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는 많다. 그러나 아직 공통으로 공유할 수 있는 건축 전시의 개념, 역할, 목표가 세워져 있지 않기에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건축 큐레이터의 위치를 탐색하며 경력을 이어갈 방안을 고민한다.

이번 강의는 건축과 건축 인접 분야에서 각자의 방향성을 만들고 있는 신진 기획자의 ‘건축 전시 탐색기’로 시작한다.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기획자들과의 사전 인터뷰 내용을 통해 수행 과정에 축적된 생각을 나누고, 워크숍 참여자들과 토론을 통해 우리가 건축 전시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건축 전시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통의 의견을 수집하고자 한다.

 

개념과 실천의 순환 이미지 / 정현(초타원형)

초타원형(superellipse) 프로젝트는 2009년 이후 미술계와 디자인계에서 일어난 전시와 그에 연계된 출판물에 대한 지속된 관심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책을 출간하고, 책을 위한 가구와 사물을 기획, 제작해왔다. 최근에는 책, 책을 위한 가구와 사물을 전시하고 기록하여 다시 책으로 출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본 강의는 이와 같은 지난 5년간의 과정을 개념, 실천, 순환이라는 키워드를 통하여 반추하려고 한다.

먼저 개념의 본(template)이 된 건축가들의 사례를 나열하고, 초타원형의 책, 사물, 전시의 과정과 결과를 살펴본다. 이를 통하여 다변화된 매체로 전환하는 불연속적 상태에서 기록물의 순환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개인의 흥미에서 시작한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례들은 가상과 현실을 담은 이미지들과 그 구축으로 현실로 드러난다. 이는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건축가의 시점,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관람객(독자)이라는 두 개의 소실점으로 수렴된다.

 

사물의 생산 지형도 / 전진홍, 최윤희(BARE)

최근 건축 전시는 건축 이외의 많은 것들이 교차하는 무대에서 기존의 분화된 경계들을 흐리면서 출현하고 있다.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사회 연결망과도 밀착되는 맥락이 전시 현장에서는 어떻게 작동할까? 이러한 현상을 마주한 건축가는 유의미한 작업을 이어나갈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고,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 건축 기획 전문 그룹과 느슨한 연대 사이에서 생성되는 말과 사물이 추동하는 것은 무엇을 기대하게 할까?

본 강의에서 바래는 지난 5년간 전시장 내외부를 대지 조건으로 삼아 리서치에서 설치 작업으로, 설치 작업에서 프로젝트로 이어진 일련의 실천 속에 축적한 실험과 탐색의 지점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리서치로 축적한 많은 양의 정보가 건축적 형식과 영상매체로 발현되는 입체영상 환경, 임시 구조물이라는 조건을 기회 삼아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건축적 장치, 유동적인 상황 변화에 조응하는 유연한 구조체 개념을 중심으로 ‘사물의 생산 지형도’를 소개한다.

 

태도가 형식이 될 때 / 이치훈, 강예린(SoA)

10여 년 전부터 미술관과 지자체 들은 어떤 작은 흐름을 타고 이른바 ‘가성비 좋은’ 새로운 전시 콘텐츠로서 젊은 건축가들을 호출해왔다. 개인전이나 회고전이 아닌 이상 전시에서 건축가가 하는 일은 전시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에 부합하는 하나의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전시 관람객을 클라이언트로 간주하고 콘텐츠로서의 건축을 보여주는 일이다.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며, 공공미술, 파빌리온, 전시 공간 디자인과 같은 장르들이 여기 해당한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전시는 ‘건축에 관한 건축’이자, 건축을 다른 방식으로 촉발하는 대안적 형식이다.

우리는 건축을 빌딩(building), 오브젝트(object), 공간(space), 비가시적인 것의 체계 혹은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것(things invisible) 등의 장르로 부를 만한 것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 영화의 장르가 ‘플롯, 등장인물의 유형, 세트, 촬영 기법, 주제 면에서 바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특징적으로 유사한 영화들의 그룹’으로 정의되고, 시와 소설이 문학의 한 장르인 것과 마찬가지다. 건축에 대한 태도를 이렇게 설정한다면 전시는 건축의 혼합 장르다. 모든 장르의 아이디어들은 건축이라는 범위 안에서 장르 간 상호 참조되거나 영향을 주고받는다.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는, 전시가 공간이 되고, 파빌리온이 빌딩이 되는 경험을 했고,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른바 “태도가 형식이 되는”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강사 소개

정다영 _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건축을 중심으로 한 시각문화 전시기획과 연구,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2014), 《아키토피아의 실험》(2015), 《보이드》(2016),《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2017), 《김중업 다이얼로그》(2018) 등을 기획했다.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해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과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특별전 《Cosmopolitan Look》(2019)을 선보였다. 공저로 『파빌리온, 도시의 감정을 채우다』(2015), 『건축, 전시, 큐레이팅』(2019) 등이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디자인학과 겸임교수다.

 

김그린 _ 기획자 집단 ‘팩토리 콜렉티브’로 활동하며 예술공간 팩토리2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건축 설계와 도시 디자인을 공부하고, 정림건축문화재단,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문화역서울 284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공간, 전시,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건축 기획 집단 ‘여집합’의 구성원으로 대담회 <빌딩롤모델즈 : 여성이 말하는 건축>(2018)을 기획하고 동명의 출판물을 발간했으며,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특별전 《Cosmopolitan Look》(2019)에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주요 기획 프로젝트로 전시 《움직이는 구조체-파빌리온씨》(2015), 워크숍 <불 꺼진 창신. 불 켜진 창신.>(2015), 전시 《Shifting Ground》(2019, 팩토리 콜렉티브), 공연 <소리 없는 파도 없는 소리>(2019, 팩토리 콜렉티브)가 있다.

 

정성규 _ 전시 기획 및 디자인 그룹 TACT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 설계를 전공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디자인팀 인턴을 거쳐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국립현대미술관, 2017)의 전시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과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특별전 《Cosmopolitan Look》(2019)에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현재 건축이론을 공부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윤동주기념관의 전시 기획을 맡고 있다.

 

정현 _ 홍익대학교에서 목조형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코넬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도쿄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한 뒤 서울로 돌아와 건축과 전시, 출판을 아우르는 프로젝트 초타원형(superellipse)을 설립하여 미술가, 사진가, 음악가, 게임 제작자, 그래픽/제품 디자이너 등과 협업하고 있다. 《그래픽디자인서울, 2005~2015, 서울》(일민미술관, 2016), 《과천30년 상상의 항해》(국립현대미술관, 2016) 등에 참여했고,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국립현대미술관, 2017)의 최종 후보군에 선정되었다. 건축과 도시 속 당대 디지털 문화에 관한 책 『PBT』(2014)와 『CC』(2017) 등을 출판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다. https://superellipse.net/

 

BARE(바래) _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도시의 환경과 시간에 조응하는 리서치 기반의 건축 작업을 2014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다. 《새로운 유라시아 프로젝트》(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5) 키네틱 파빌리온 설치를 시작으로, 《생산도시》(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17),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 2018), 《한국현대건축 세계인의 눈 1989-2019》(주헝가리한국문화원, 2019)전시 등에 작업을 선보였다. 제5회 아름지기 헤리티지 투모로우(2015) 상을 수상했고,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국립현대미술관, 2016) 최종 후보군에 선정되었다. 전진홍은 AA 스쿨에서 학·석사, 최윤희는 케임브리지대학교와 AA 스쿨에서 학·석사를 받았고, 두 사람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에서 함께 가르치고 있다. http://bare.kr/

 

SoA _ 이치훈은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했고, 강예린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에서 공부하고 hANd건축, OMA(로테르담), 협동원에서 실무를 했다. 이치훈과 강예린은 2011년에 정영준과 함께 SoA를 설립했다. SoA는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자로 선정되었고, <지붕감각(Roof Sentiment)>을 통해 2016년 영국 『아키텍추럴 리뷰(Architectural Review)』가 주관하는 Emerging Architecture Award의 파이널 리스트로 선정되었다. 같은 해에 제주 ‘생각이섬’ 프로젝트로 김수근문화재단의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수상했다. 강예린은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생산도시’ 섹션의 큐레이팅에 참여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http://www.societyofarchitecture.com/